九龍樵夫
  주의(主義)의 일본 vs. 일본의 주의(主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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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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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선생이 1925년 쓴 글 중 일부인데,
내가 읽은 게 40 여 년 전 대학교 2-3학년 때쯤일 것으로,
당시 정말 옳고,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단재 선생의 글은 그 특징이 기백(氣魄)으로 젊은이의 피를 끓게 한다.
그 중 ‘조선혁명선언’은 선생의 호(號) 단재(丹齋)의 단심(丹心),
붉은 피가 글에 뚝뚝 흘러 내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단재의 ‘조선혁명선언’ 읽다가,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 어쩌구 나가는
육당(六堂)의 그 ‘기미독립선언’ 들여다 보면 ‘맥아리’가 전혀 없는 것이,
이건 ‘밥’이 아니라 ‘죽’이라는 기분이었다.
남의 종이 된 마당에 ‘무릇 기하(幾何)뇨’ 나 찾으면 뭐 어쩌자는 건가?


문장 자체는 미문(美文)이었을 테지만, 그나마 요즘 젊은 애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는 미문(美文)에도 들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대학 입시 보려면 읽어 두어야 할 것이고.


자 그런데….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 이 되는 일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일일까?


단재 선생 당시는 민족 그 자체로 지고(至高) 지선(至善)의 가치였을 테지만,
이제 이 정도 나이 먹어 생각하니, 부처님의 열반이, 유교의 대동 사회가,
그리스도의 구원이, 민족 보다 더 상위 개념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민족이야말로 전부고, 절대적이고.. 뭐 꼭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단재 선생이 지하에서 ‘네 이놈!’ 할지 몰라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 왜 하느냐? 하면, 요즘 일본사(史) 관련 책
이것 저것, 도서관에 있는 건 빌려 보고, 없는 건 사서 읽고 그러는데..

(음.. 나도 돈 쓸 때는 쓰고 있다. 도서관 책 다 읽어서가 아니라,
구청 도서관 장서라는 게 빈약해 놔서, 추리소설 이런 거 빼면
인문학 쪽으로 무게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나이 먹어 쉽게
읽을 거리 쪽으로는 괜찮은 면도 있지만)

다시 일본사로 돌아 와, 읽으면 읽을 수록, 단재 선생이 그렇게도 바라던,
‘주의의 조선이 아니라, 조선의 주의가 되는’ 상태가
실은 일본에선 늘 일어나는 일 아닌가 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불교가 들어 오면 불교의 일본이 아니라 불교의 일본화가 되고,
무슨 주의의 일본이 아니라, 주의의 일본화가 되고..
뭐든지 일본에 들어 올 때는 처음엔 배워도 되게 열심히,
그야말로 홀딱 다 벗고 따라 하는 것 같은데, 두고 보면
결국 일본화 되어 버리는,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듯하다.

단재 선생은 혹(或) 이런 면에서 일본을 부러워(?) 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단재 선생이 한탄을 하던, 백범이 호통을 치던 말던 간에,
이쪽 방면으로는 우리가 도저히 일본한테 껨이 안될 것 같고…

그런데 주의(主義) 사상(思想)이 결국 일본화하는 게 좋기만 한 것일까?
일본이 가는 길과 우리가 다를 뿐이지, 우리의 길도 좋은 면이 있지 왜 없나?


우리는 일본과 달리, 단재 선생이 탄식한 대로, 뭐 하나 배우면
몰입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게 왜 나쁜가?

이제 벌써 몇 십 년 되었는데,
민주주의 앞에 ‘한국적’ 붙여서 해보겠다, 또는 해야 한다는 인물 있었다.
민주주의면 다 된 거지 그 앞에 한국적 붙여서 뭐 그리 좋던가?
단재 선생은 엉뚱한 제자를 둔 듯.

일본과 달리 우린 사회 전체가 유교-주자학에 몰입 했었다.
물론 그 피해가 막심했었다.
그렇다고 주자학의 이상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이었을까?
어느 사상, 종교, 제도던 말류로 흐르면 폐단은 다 있는 것이다.

불교도 믿었다 하면 우린 정통에 가깝게, 보편적 불교를 추구했는데
일본의 길은 불교의 일본화였다. 어느 길이 더 바람직할까?

우린 일본보다 서구화를 늦게 시작했지만
더 철저하게 할 나라는 결국 우리가 되지 않을까?

서구화-요즘 서구화라는 게 결국 미국화와 같은 말이 되어 버렸는데-
서구의 가치에는 우리가 배우지 못 할, 배울 필요도 없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그거 철저히 배워 보자는 데, 단재 선생이 꼭 한탄할 일은 아닐 것 같다.



2013-04-01 22:52:41 / 222.107.9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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