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사제왕(Priest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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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는 그의 기념비적 저서 ‘황금가지’ (The Golden Bough) 에서, 원시/고대 사회에서 왕을 죽이는 일이 매우 흔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와 함께 밝힌 바 있다. 원시사회에서 사제왕(Priest King)은 주력(呪力)의 상징이었다. 흉년이 든다는 것은, 왕이 늙어 주력이 감퇴했다는 증표로, 그럴 때는 늙은 왕을 죽여 버리고, 새로운 힘을 가진 젊은 왕을 세워야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고대인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 지옥의 묵시록 ================ 할리우드 영화 중에 지옥의 묵시록(원제: Apocalypse now) 이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월남전이다. 괴짜 미군 대령 ‘커츠’(말론 브란도)는 월남 산간의 소수 부족을 데리고 미군 작전을 돕다가 그만 살큼 맛이 가 버려, 부족을 끌고 캄보디아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다. 그러자 미군 당국은 윌라드 대위(마틴 쉰)에게 커츠 제거 명령을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이 우여곡절이 영화의 재미다) 윌라드 대위는 커츠의 왕국에 도착하고 밤중에 단독으로 숙소에 잠입해 커츠-말론 브란도의 목을 베어 버린다. 그 순간 온 부족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놀랍게도 자신들의 왕 -말론 브란드를 죽인 윌라드 대위에게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그 부족의 관념으로는, 늙은 왕-말론 브란도는 때가 되면 (늙어 힘이 빠지면) 젊은 왕-윌라드 대위 (마틴 쉰)에게 살해 당해야 하는 것이며, 왕이 살해 되는 그 순간 늙은 왕을 죽인 젊은 왕에게 충성을 옮기는 것 또한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부여의 사제왕 ============== 삼국지 위지 동이전 부여전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부여에서는 기후가 고르지 않아 곡식이 익지 않으면 왕의 허물로 여기고 왕을 갈아 치우거나 죽이자는 의론을 했다.' ----------------------------------------------------- 舊夫餘俗水旱不調五穀不熟輒歸咎于王或言當易或言當殺 ----------------------------------------------------- 어느 젊은 역사학 연구자가 이 한 줄-25 글자를 놓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다 펼치며 논문을 썼는데, 내가 읽어 보니 임금을 죽이거나 갈아치울 정도니 부여의 왕권이 미약했다는 둥, 귀족의 세력이 막강하였다는 둥 해 가며, 부여의 정치구조에 대하여 공상의 탑을 층층이 쌓아 가는 내용이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내용은 부여 임금의 사제왕(Priest King)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귀족이 어떻고 왕권이 어떻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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